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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재른 글회지 북산온 C15 위탁판매 수요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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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주인께 책만 보내는 위탁판매이기 때문에 온리 현장판매.


👓🐹준호달재 원반의 달.

전연령 고대 이집트 AU, 사형제지간, 재회물, 약혼 엔딩. 
A5 중철본, 42~48페이지 예정.
가격 3,000원.


샘플

커다란 광주리에 질 좋은 공물을 가득 채워 들고서 권준호는 길고 긴 테베 역사 속에서 무수히 많은 선대 파라오들의 손길이 닿은 장엄한 카르나크 대신전의 기나긴 길을 따라 걷는다. 어릴 땐 부모님의 손을 잡고서 멋모른 채 즐거운 마음으로 오가던 길을, 이제는 완연한 성인이 되어 저 홀로 공물을 바치고 서기관으로서 평탄한 삶을 기원하기 위해서 걷고 있다는 사실이 그토록 새삼스러울 수 없다. 신전의 악사들이 느긋한 가락으로 연주하는 찬가가 드높은 기둥으로 이루어진 열주회랑 가득히 울려 퍼진다. 무수한 선대왕들의 거상을 지나치고, 제각기 신들을 찬미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기둥이며 벽화가 가득한 신전 내실을 지나쳐 제단에 도착하자, 흰 머리를 바싹 깎은 채 표범 가죽을 두른 대사제가 인자하게 웃으며 준호를 반긴다. 지방 각지에 흩어진 자그마한 소신전이나 각 지방의 수호신들을 모시는 성소와 달리, 카르나크 대신전 만큼은 언제 어느 때, 어느 신분의 누군가가 찾더라도 반드시 아문 신의 대사제가 사람들을 맞이하여 변두리 지방의 빈한한 농부 일가조차도 생에 한 번 쯤은 카르나크 대신전에 봉헌하러 찾아와 헌신적인 기도를 올리곤 했다. 그런 모습을 제 눈으로 바라보는 게 좋아 한때는 카르나크 대신전의 사제가 될 생각도 했었으나, 지금은 모다 지나버린 옛 추억일 뿐.

“태양돛배에 영광 있으라! 이름을 밝히지 않으시는 위대한 분. 소외당하는 모든 빈한한 자들을 위한 신께서 여전한 은총을 내리실 수 있도록, 이렇게 봉헌 올립니다.”

한쪽 무릎을 굽힌 자세로 공물이 담긴 광주리를 헌납한 후, 양팔을 반듯하게 내려 기도문과 함께 절을 올린 준호가 그보다 더욱 공손하게 읍하는 대사제를 바라본다. 에드푸 총독부에서 말단 서기관으로 일하며 다달이 받은 월급에서 서너 푼씩 따로 저금해 둔 만큼 공을 들여 마련한 공물이니만큼, 대사제의 손으로 가지런히 정돈되어 제단에 꾸려지는 모양새에 감회가 남다르다. 말단 서기관의 월급으로는 구하기 어려운 고급 향유를 대신한 아카시아 꽃다발이 제단을 화사하게 꾸미는 것을 확인한 그가 거듭하여 기도문을 읊는다. 

“또한, 모든 언어를 통달하시며 달과 태양의 생애를 깨달으신 시간의 군주께서 저를 비호하기를 원하오니, 부디 살펴주시기를!”

이제는 완연한 어른의 행색으로 토트신을 향하여 기도를 바치는 남자를 아문 신의 대사제가 자못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눈앞의 남자, 권준호의 부모가 혼인을 맺었던 그 해에 선대 파라오에 의해 카르나크 대신전의 총책임자 지위에 앉은 게 그 자신― 노씨盧氏인 만큼 양손 가득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와 서툰 흘림체로 필사한 기도문을 바치던 아기가 이제는 완연한 성인이 되어 스스로 책임을 짊어진 자로서 마련한 공물을 바치고 토트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그토록 인상적일 수 없다. 대사제 노씨는 카르나크 대신전을 찾아오는 만백성에게 평등하여 공물을 봉헌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에게 덕담을 나누어 주곤 했지만 지금 만큼은 유독 덕담이 구구절절한 기분이다. 준호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자꾸만 길어지는 덕담에도 웃으며 받아넘길 뿐이다. 점점 밀리기 시작하는 순례객을 걱정한 보조 사제가 찾아와 대사제 노씨를 설득한 끝에서야 겨우 신전 내실을 벗어난 그가 광주리를 옆구리에 낀 채 휴, 하고 짧은 안도의 한숨을 뱉는다.

열주회랑을 지나 탑문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웁다. 집안 어르신들에게 인사도 끝마쳤고 더는 제를 올릴 마스타바도 없으니 이젠 마음 편히 사적인 용무를 보러 다녀도 무방하다. 옆구리에 껴놓았던 광주리를 뒷짐 쥔 손으로 옮겨 잡고선 흔들흔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박자에 맞춰 흔드는 모양새를 저만치에서 이리 갸웃 저리 갸웃 바라보던 소년이 확신을 얻은 듯 성큼성큼 다가와 말을 건넨다.

“준호 선배…… 맞죠?”

차분하고 나직하면서도 마냥 여리게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덜컥 붙잡는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곤 해도 스승님 밑에서 함께 수학했던 지난 3년간 늘 상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였으니 여태껏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간 만나지 못한 동안에 낯설어질 리 없다. 그래도 설마 종종 생각나곤 했던 아이와 이렇듯 마주칠 거라곤 상상한 적 없어, 준호는 안경 너머로 눈을 휘둥그레 뜬다.

“세상에. 달재구나.”

“역시 준호 선배가 맞네요. 오랜만이에요. 휴가받아 귀택하셨단 소식은 들었는데, 설마 이렇게 마주칠 줄이야.”

“그러게. 반가워 달재야.”

만나지 못한 채 흘러간 시간은 권준호를 변하지 않은 듯 변해버린 구석이 뚜렷하여 소년의 가슴을 자못 설레게 만든다. 늘 그랬듯 다정다감한 미소와 곧은 심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목소리가 그를 처음 마음에 담은 순간처럼 마음을 들뜨게 하고, 짐짓 놀란 듯 휘둥그레 커졌던 눈동자가 소년을 확인한 순간 안경 너머에서 곱게 휘어지며 화사하게 웃는, 그 모든 여전한 모습들이 너무도 찬란하여서. 이곳 테베에서 에드푸까지는 나일강 서안을 따라 한나절을 조금 넘게 거슬러 올라가면 끝이다. 고작 그만큼의 거리가 있을 뿐인데 준호의 살갗은 그― 이달재의 기억보다 까무잡잡하게 그을렸고, 서기관이라기엔 제법 탄탄하던 몸체도 더욱 근육이 보기 좋게 올라붙어 특유의 걸음걸이가 아니었다면 남자가 준호인 줄을 확신하기 어려웠으리라. 게다가 이렇듯 마주 서서 짓는 표정마저도 기억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진 탓에 얼굴을 마주하기가 몹시도 낯설기만 하다.



 🥦🐹태섭달재 아지야별담.

전연령 조선시대 가상 왕조 AU,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의 도피, 결혼 엔딩. 

A5 중철본, 30~42페이지 예정.

가격 2,000원.


샘플
(현재 퇴고중.)

태섭달재 아지야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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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만쥬 뭐만 하면 무조건 시대극으로 가버리는 시대극 오타쿠 글위주 멀티러.
- 수요조사 기간
2024-05-04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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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1. 준호달재 원반의 달 (3000원/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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